diary/詩 5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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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그땐 내가 지금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상한 마음을 곱씹느라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조은, 時가 중요하다.

diary/詩 2018.04.0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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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, 그 느낌이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이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/오규원,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.

diary/詩 2018.03.17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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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우내 허기와 추위에 지친외로운 영혼에 봄이 오고 있다.회색추위로 꽁꽁얼려놓은 벽들을 볕으로 쩍쩍 갈라놓아틈을 내어 마구 비집고 들어와.온통 자리잡아 목숨을 내어놓으라는 그 봄이 오고있다. 그랬던 그 봄이 오고있다나는 또 너의 향기에 취해내것인지 네것인지 모르는 것들을 내어놓으며 봄 맞을 준비를 하는 그 봄이 오고있다 그러는 그 봄이 오고있다매서운 꽃샘추위와 함께 숨막히는아름다움으로 질식시킬그 봄이 오고있다쩍하고 갈라진 心 틈사이로다 내어달라는 그 봄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마냥 좋아그 봄을 기다리고있다 봄 .지렁이

diary/詩 2018.03.01